<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을 기념하며 여러 사람들이 관련된 기억을 부지런히 소환 중이다. 영화를 보고 좋았던 순간을 공유하거나, 스쳐지나간 인연을 자랑하거나, 누군가에게…
에미넴과 제이지의 공연을 보러 갔다가
내 또래가 다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내 음악 취향은 록을 기반으로 힙합이 섞여져 있다. 메탈이 끝물을 타던 90년대 초부터 팝송에 빠져들어서…
2010 뉴욕 아시안영화제 프로그래머 인터뷰
옛날 옛적 뉴욕, 다섯 명의 홍콩 영화 마니아가 있었다. 홍콩 영화를 보여주던 극장이 문을 닫자 그들은 ‘서브웨이 시네마’란 조직을 만들고 1000달러씩 출자해 ‘두기봉…
Blur와 중년팬의 각오
2003년 [Think Tank] 앨범이 블러의 마지막 작품이었다. 데이먼 알반은 기억도 잘 안 나는 프로젝트들을 작업하며 생존 소식을 알렸지만 예전만큼의 인기를…
[weiv] 몇 살까지 뮤직 페스티벌에 갈 수 있을까?
다른 나라의 청춘들이 진흙을 뒤집어 써가며 ‘록페스티벌’이라는 것에 미쳐 있을 때, 한반도의 심드렁한 청춘들은 학교 축제에나 찾아오는 가수들을 향해 일괄적인…
[weiv] 러프 트레이드에서 얻은 깨달음
뉴욕에 도착한 이후 지금까지, 가장 당혹스러운 음악 트렌드는 바이닐의 부활이다. 20세기 한국에서 ‘롱 플레잉(Long Playing)’의 앞자를 따 ‘엘피(LP)’라 부르던 그…
[weiv] 공연장에서 떠들지 좀 마
플레이밍 립스(Flaming Lips)의 투어 공연 중 언젠가 음악광인 C모 씨가 ‘라이브 공연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고 말을 해 놀랐던 적이 있다.…
[weiv] 아케이드 파이어와 역사적 사명
아케이드 파이어의 뉴욕 부쉬윅 공연 ⓒ NPR Music 미국 땅을 ‘즈려밟는’ 음악팬들이라면 누구나 공연에 대한 원대한 꿈을 품는다. 평생을 꿈꿔왔던…
[weiv] 나는 어떻게 피닉스 공연 예매에 성공했나
구멍 난 구조가 인상적인 바클레이즈 센터 미국 땅에 와서 좋은 점은 수많은 공연들을 볼 기회가 있다는 것이고, 안 좋은 점은…
나의 생리대 정착기
첫 생리 이후 매달 나는 같은 고민을 겪어왔다. 어떤 생리대를 사용해야 더 쾌적하게 이 시기를 보낼 수 있을까? 가격은 비싸지만 현재 뜨고 있는 유명한 생리대를 한번 사볼까? 수면용을 중형 사이즈로 버틸까, 오버나이트를 더 사야 할까? 안타깝게도 돈은 늘 넉넉치 않았기에 가장 비싸고 유명한 생리대를 선뜻 살 순 없었다. 언제나 매번 쓰던 걸 사고 난 뒤 후회하며 다음 달에는 더 나은 제품을 사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다. 지난 세월동안 여러 생리대 브랜드가 등장했고 잠깐 떴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날개가 등장한 혁명적 순간도 있었고, ‘마법’이라는 은어를 만들어준 브랜드도 있었다. 한방 성분 트렌드를 지나 순면 감촉이 대세가 되었고, 나의 피를 정화라도 할 셈인지 여기저기서 ‘순수’와 ‘퓨어(pure)’의 각축전이 시작됐다. 비닐 냄새 나는 부직포 같은 표면이 순면 커버로 대체되고 있으니 이를 생리대의 진화라고 보아야 할까? 그러나 나의 몸은 정직했다. 예쁘고 깔끔한 포장에 눈이 홀려 선택을 하면 몸이 바로 반응을 했다. 10년을 넘는 시간 동안 생리대를 하면서 한번도 불편하지 않은 때가 없었다. 아프고 가려웠지만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화젯거리였다. 그저 내가 몸을 청결하게 관리하지 못해 생긴 반응이거나, 생리를 하는 여자라면 당연히 겪어야 하는 고통이라고 여겼다. 생리대 광고 속 여자들은 생리대를 하는 순간 생리통에서 벗어나 구원이라도 받은 듯한 표정들인데 나는 왜 이렇게 괴로운 걸까? 2000년대 중반즈음 ‘천연’이니 ‘오가닉’이니 하는 단어들이 귀에 들어왔다. 피부 알러지가 심해져 화장품과 음식을 조심하다 보니 그 영역이 생리대까지 닿게 됐다. 지금 내가 사용하는 생리대가 피부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들이 돌았다. 순면 생리대를 쓰면서 생리통 및 피부염이 나아졌다는 수기를 목격하곤 했다. 세간에서 추천하는 북유럽산 생리대는 꽤 비쌌고 불편한 포장이었다. 건강도 중요하지만 생리대를 싸서 버릴 수 있는 포장지와 낱개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편리함을 포기하긴 어려웠다. 한방성분이 들어간 생리대가 내 몸에 더 좋을 것 같기도 했다. 어떤 다른 정보도 없이 광고 문구로만 생리대를 선택해왔던 소비자의 습관은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미국에 도착해 슈퍼마켓 생리대 선반을 마주했을 때 암담한 기분이 들었다. 낯선 생리대 브랜드 몇 개가 판매율 1위 탐폰들 속에 숨어 있었다. 미국 탐폰 광고는 어떤 ‘순수함’도 내세우지 않고 생리를 하더라도 편하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것만 보여줬다. 탐폰이 대세일 수밖에 없는, 탐폰의 나라였다. 허나 그 당시 탐폰은 쇼크를 일으킬 위험이 높다는 보고가 있었고, 덕분에 달랑 두세 개였던 생리대 브랜드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무염소(Chlorine-free)’ 문구를 강조하는 제품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드디어 나는 생애 최초로 생리대의 ‘유레카’를 외치게 되었다. 수많은 세월 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생리 알러지가 줄어든 것이다. 바보야, 문제는 염소였어! 주기율표 17번에 빛나는 염소는 생리대에서 표백을 담당한다. 정확하게는 염소계 표백제가 면과 레이온을 섞어 만든 생리대 커버를 눈부시도록 하얗게 만들어왔다. ‘무염소’라고 표기된 생리대도 말 그대로 염소만 사용하지 않을 뿐이지 염소계 표백제로 어떻게든 표백을 한다는 설도 있다. 그래서 혹자는 ‘완전히 무염소’라고 두 번 강조된 제품을 사야한다고 조언한다. 염소 제품을 태울 때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생성되는데 이는 생리대를 굳이 태워서 버리지 않는다면 바로 인체에 들어올 일은 없지만 어딘가에서 생리대를 소각할 경우 자연에 다이옥신을 풀어놓는 꼴이 된다. 다이옥신이 함유된 사료를 먹은 소의 등심을 먹으면 체내에 다이옥신이 또 축척되고…아, 생리대 이야기를 하던…